블랙커피 | 이진우
비도 내리지 않고 춥지도 않은 밤이다
비극은 없다
노란 달맞이꽃잎 입에 물고
밤새 이승을 목 매단 흔적만 남았다
나를 좋아했던 기억은 없다
티끌만한 미련도 남지 않았다
죽어서야 기억이나 미련 따위를 주절거린다
냉동된 얼굴은 한지로 싸여 있고
머리카락은 그대로 남아 있다
사각거리는 향냄새 진한 시체실에서도
비극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보고싶다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늦은 여름에 그 여름의 끝에 마친
때이른 열병은 싸늘히 식어 버린다
식어서 마시기 좋다
검은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