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말은 믿을 것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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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다에서 | 이진우 시인

슬픔의 바다에서 |  이진우   세상이 온통 슬픔의 바다에 잠겨도 눈물 훔칠 손등만은 적시지 못하게 하고 마음이 고통에 절여져도 심장은 쉬지 않고 뛰게 하며 마지막 숨이 슬픔에 잠길 때 다음 숨을 떠올릴 수 있기를 슬픔이 그 숨마저 삼키더라도 당신만은 슬픔에 젖지 않기를 낭송 강승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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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을 먹는 뱀처럼 | 이진우 시인

제 몸을 먹는 뱀처럼 | 이진우 시인   가난밖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에게 이 사회는 악랄하게 손을 내민다 구멍가게에서 담배 한 갑을 사도 라면 한 봉지, 소주 한 병을 사도 부자와 똑같은 세금을 걷어간다 부잣집과 같은 전기계량기, 수도계량기가 달려있는 창문 없는 방에서 남아도는 시간만큼은 부자다 딱 굶어죽지 않을 만큼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떠맡기는 이 강제수용소 같은 세상을 텔레비전은 선거철에만 잠깐 보여준다 정말 학교와 텔레비전이 가르치는 것처럼 무료로 하루 세 끼를 챙겨주는 감옥보다 돈을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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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집 | 이진우 시인

홀로 사는 집 | 이진우 시인   호수 같은 바다 건너 붉은 해 걸친 산마루 너머 낮게 엎드린 내 집은 빈 채로 집 떠난 처자식 기다리다 지쳐 시퍼런 노을에 물들고 있겠다 늘 쓰다듬어주어도 집이 서럽고 외로운 까닭은 늘 보듬어주어야 할 가족을 도시로 떠나보낸 탓이 아니다 홀로 사는 집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는 법 아들이었다가 준비 없이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 중년이 낯설고 서툴고 못난 탓 다시 세월을 되돌린다고 사람 노릇 제대로 할까 검은 갈매기도 울며 제 집을 찾는구나 툭툭 털고 일어나야지 저나 나나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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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공화국 | 이진우 시인

빚 공화국 | 이진우 시인   뼈 빠지게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늘 모자라다 공과금 내고 할부금 내고 은행 이자 내고나면 다시 대출받아야 하는 만성적자 가계부를 집어던진 게 언제부터인가 이 세상에 백기를 든 게 언제부터인가 돌이킬 수 없는 빚은 가족이 되고 피부가 되고 뼈가 되었다 이 시대가 선전하는 행복 그 이상으로 살아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여기저기서 앞 다투어 자선하듯 돈 빌려줄 땐 몰랐다 황금빛 미래를 담보로 맡기고 당당하게 대출받는 줄만 알았다 돈이 넘쳐나는 시대 돈으로 굴러가는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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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E2015 | 이진우 시인

행성 E2015 | 이진우 시인   이른 아침에 원시의 밥을 먹고 포스트모던하게 핸드폰을 들고 중세의 회사에 나가 근대적 논리로 일하다가 현대의 술집에서 한 잔하고 본능의 잠을 자는 나날들 돌아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습관들이 만들어내는 안정된 생활이 대사와 동작을 반복하는 코미디처럼 느껴질 때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월급명세서 위에서 2차원 활자로 살아가는 자신이 11차원 우주를 뛰어넘나드는 자연스런 시간과 상상 너머 공간 어디쯤 있어야 하는지 안정에 목숨 걸고 변화에 인색한 생명이 어느 행성에서 번성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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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눈동자 | 이진우 시인

당신 눈동자 | 이진우 시인   어쩌다 당신을 사랑하게 되어 당신 눈만 바라보다가 당신 눈동자에 비친 나를 보았습니다 당신 눈동자에는 나밖에 없어서 혹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이 아니라 내가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만 내가 당신 눈동자를 맴돌며 그밖의 아무 의미가 아니 되어도 잠깐 당신 눈동자에 맺혔다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이 되더라도 당신 눈동자에서 나를 찾을 수 있는 그 단 한 사람인 지금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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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론 | 이진우 시인

양심론 | 이진우 시인   무엇이 옳고 그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아들딸아, 남에게 묻지 말고 네 마음에 물어라 선하고 옳게 타고난 네 착한 마음을 양심이라 한단다 그러니 아들딸아,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양심에게 논리로 묻지 말고 이익으로 묻지 말고 마음으로만 묻고 기다리면 그냥, 알게 된다 되돌아오는 마음 울림이 그저 편하면 양심이 바라는 바, 조금이라도 거북하거나 의심스러우면 양심이 꺼리는 바이다 그리고 아들딸아, 결정하기 전에 한번 더 양심에 물어라 너의 양심이 아니라 남의 양심, 남을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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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지 않은 운명은 운명이 아니다 | 이진우 시인

공평하지 않은 운명은 운명이 아니다 | 이진우 시인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어찌할 수 없는 운명과 알 수 없는 운명과 선명하게 그려지는 운명을 따져본다 태어나고 죽어가는 삶을 운명이라고 부른다면 운명은 너무도 공평한 것 성공의 잣대로 운명을 잰다면 운명은 이미 운명이 아닌 것 운명은 손으로 지은 죄 말로 지은 죄 마음으로 지은 죄의 그림자 운명은 바르며 운명은 합리적이므로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은 개소리다 운명을 거부하려는 자는 죄를 뉘우칠 줄 모르는 자라는 헛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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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침 46, 101번째 절망,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46, 101번째 절망, 이진우 시인   매일 아침은 다른 날씨로 다가오지만 아침을 맞는 순서는 비슷해요. 눈 비비고 일어나 전기주전자에 물을 끓인 후 프렌치프레스로 원두커피를 우려요. 이러는 사이에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하고 멍하니 창밖의 아침을 바라보기도 하고 지난 밤 뉴스를 읽기도 해요. 요즘은 주로 뉴스를 봐요. 안 보고 살면 마음 편하겠는데, 외면할 수 없는 아픈 뉴스가 매일 터져나오는 터라 그러질 못해요. 지난 밤에는 생중계를 보면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비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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