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말은 믿을 것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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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침 45, 간밤의 꿈은 아니었으면,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45, 간밤의 꿈은 아니었으면, 이진우 시인   간밤 별 일 없었나요? 이리저리 뒹굴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꿈자리가 사나워 잠을 설쳤어요. 꿈에서라도 행복한 사람, 부러워요. 오늘 아침은 안개에 파묻혀 있어요. 이 바닷가의 안개는 습기를 더 머금는지 좀더 무겁고 두터워요. 지긋이 내리누르는 기운 탓인지 마음도 축 가라앉아요. 일기예보에는 비 소식이 없어요. 차라리 소나기가 한 차례 쏟아졌으면 상쾌해질 듯 해요. 멀리서 갈매기, 가까이서 까마귀, 여기저기서 참새가 안개를 쪼고 있긴 한데 이 정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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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침 44, 우리 말의 미래,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44, 우리 말의 미래, 이진우 시인   대만인 두 사람이 우리 집에서 머물러요. 한 사람은 중국어를 쓰고 다른 사람은 중국어, 한국어, 영어를 써요. 한때 중국어를 배웠지만 성조 때문에 중국어는 어려워서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이야기해요. 우리 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늘어났지요. 누구는 한류 영향이라고 하고, 누구는 경제성장 영향이라고 하겠죠. 이유가 뭐든 자기네 말보다 우리 말을 쓰려는 외국인과 얘기하면 우쭐해지기까지 해요. 우리 말에는 한자가 많죠. 한자문화권에 속한 탓이겠죠. 요즘은 영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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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침 43, 내 마음의 음양오행,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43, 내 마음의 음양오행, 이진우 시인   월화수목금토일에 음양오행이 모두 담겨 있어요. 달인 월과 해인 일은 각각 음과 양을 상징하지요. 여름을 상징하는 화(불), 겨울을 상징하는 수(물), 봄을 상징하는 목(나무), 가을을 상징하는 금(쇠)과 중앙을 상징하는 토(흙). 이 상징물들을 물리적으로 해석하면 안 되요. 인류학적으로, 문화적으로 읽어내야 상징에 접근할 수 있어요. 그만큼 생활에서 멀어졌다는 뜻이겠죠. 음과 양, 오행으로 세상이 굴러간다고 믿던 시대는 동양역사책의 첫 머리에만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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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침 42, 시인은 시인이다,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42, 시인은 시인이다, 이진우 시인   지난 밤이 길어져 새벽이 되고, 새벽이 깊어서 잠이 들었어요. 잠이 있어, 잠같은 그대들이 있어 그나마 이 지랄같은 세월을 견디고 있나 봐요. 이틀째 개인 날이 이어지고 있어요. 맑은 하늘과 햇살이 비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네요. 슬픔이 마음에 가득찬 모양이에요. 이 슬픔을 어찌 떨치나 걱정이에요. 시집 출간을 앞두고 시 원고를 손보고 있어요. 쓴 시에 손을 대는 일은 시인에게 자기부정이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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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침 41, 메멘토모리 —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41, 메멘토모리 –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이진우 시인   어제는 제대로 장마의 날이었죠. 소나기 쏟아지다 그치고, 다시 쏟아지다 그치기를 반복했어요. 종잡을 수 없는 비였지만 오후쯤 되니까 소나기의 박자를 알겠더라구요. 그래도 비의 총량만 따지면 며칠 내린 비보다 많을 거에요. 흙은 흠뻑 젖었고, 집은 퉁퉁 불었어요. 마음도 따라 젖어서 무게를 잴 수 있을 거 같아요. 오늘 아침은 얄팍해진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있어요. 일기예보를 보지 않아도 오늘은 맑음,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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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침 40, 보통 사람들의 나라를 위하여,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40, 보통 사람들의 나라를 위하여, 이진우 시인   매일 아침이 늦어지고 있어요. 정해진 출근시간이 없는 사람이라 뭐라는 사람은 없지만 아침 9시 넘어 일어나는 오늘같은 날은 나에게 화가 나요. 한달 전만 해도 7시쯤 일어나 글을 쓰거나 마을 길을 어슬렁거리거면서 마을 뒤 높은 고개를 넘어오는 아침햇살을 맞았는데 말이죠. 늦게 일어나게 된 건 늦게 잠들기 때문이겠죠. 잠을 못 이루는 건 걱정이 많은 탓이겠고요. 시골 사는 사람이 무슨 걱정이 많으냐, 물으신다면 세월호 특별법을 질질 끄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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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큰 입을 가졌다 | 이진우 시인

그녀는 큰 입을 가졌다 | 이진우 시인   나라가 망했음에도 신문은 배달되었고 텔레비전은 켜졌으며 붉게 칠한 큰 입술을 다문 그녀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녀는 복화술사 빨간 줄이 쳐진 활자와 가위질로 꾸민 화면은 그녀의 의상과 탱탱한 피부를 보여준다 근엄한 그녀는 오늘을 혐오하라는 포고령을 내렸다 오늘의 고통은 내일을 위해 참아야 하는 것 고통 없는 행복은 없다는 것 그래서 고통은 행복보다 값지다는 것 부과된 고통을 참지 못한 자는 당장 그녀의 나라를 떠나라는 것 단, 가진 것 모두 두고 떠나라는 것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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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침 39, 마른 장마,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39, 마른 장마, 이진우 시인   거기, 비 오나요? 여긴 호우가 쏟아져요. 점점 세차지네요. 잠을 깨운 개구리소리도 잠잠해졌어요. 까마귀도 찾아오지 않았고 처마 밑에 사는 참새소리만 들려요. 이마저 빗소리와 낙숫물소리에 밀려나네요. 이곳 남쪽 해안지방은 장마다운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데 중부 이북 지방엔 마른 장마가 이어져 저수지가 마르고 땅이 갈라졌다는 뉴스를 어제 봤어요. 마른 장마 덕에 백화점 여름 매출이 올랐다는 뉴스도 봤어요. 이런 걸 보면 도시에선 장마철에 비가 오지 않는, 마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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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우리를 잊지 말아요 | 이진우 시인

우리를 잊지 말아요 | 이진우 시인   저 깊고 어두운 바다에 갇혀 손톱이 빠지고 손마디가 부러지도록 몸부림치다 두려움과 분노와 목을 조르는 슬픔에 괴로워하면서도 엄마 아빠를 기다리던 아이들 어른을 믿고 세상을 믿고 가만히 기다렸던 수 백 꽃다운 아이들이 내 딸만 같고 아들만 같아서 미안하고 미안해서 살아 있는 게 죄스럽고 화나서 밥 먹듯 밥 굶으며 울다가 흠뻑 젖고 또 젖어 눈물로 녹아내려 하수구를 타고 바다로 흘러가 버리기를 바라다가 그래도 살아야지 그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려면 버텨야 하므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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