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말은 믿을 것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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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어떤 아침 22, 월요일 출근하는 도시,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22, 월요일 출근하는 도시, 이진우 - 도심의 빌딩숲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패션 모델처럼 잘 차려 입었군요. 런웨이를 걷는 듯 긴장이 느껴질 뿐 월요병 따윈 눈치챌 수 없어요. 절제된 표정에 살짝 머금은 미소는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해요. 군데군데 남아있는 숲에서 살찐 참새 소리 들리기도 해요. 번쩍거리는 승용차, 버스의 엔진소리는 부드럽고 리듬감이 있어요. 도시 홍보 영화 찍기 좋은 풍경이에요. 새벽에 도시를 지키기 위해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지만 그들이 생활의 고달픔을 벗고 건물에 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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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침 21, 무결점의 도시,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21, 무결점의 도시 이진우 - 이 도시의 아침은 창문 너머에 있고, 나는 창문 안에 있어요. 창문을 열지 않으면 도시는 광고 사진으로 보여요. 웅장하고 화려하지만 차가운 빌딩숲은 위압적이에요. 티없이 완벽한 이 도시의 시민 자격을 끊임없이 묻네요. 완벽하라, 완벽하라 말없이 외쳐요. 도시는 마트에 진열된 과일처럼 빛나죠. 이 빛에는 늘 비용이 따라 붙어요. 그렇지만 이 비용은 가격에 포함되어 있죠. 도시의 치장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요. 도시의 주민들이 세금으로 빌딩숲이 유지되는 걸 주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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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침 20, 정원이 딸린 집,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20, 정원이 딸린 집 이진우 - 도시의 아침, 창문은 옆 건물 벽체만 보여주는군요. 창문을 여니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온갖 도시 소음이 밀려들어와요. 알듯말듯한 그 정체를 하나하나씩 가늠해보다가 그만둬요. 도시를 만들고 유지하는 게 소음, 소음의 깊은 속을 시골사람이 어찌 알겠어요. 도시에 살던 시절에 분홍 솜털 예쁜 자귀나무 그늘에서 새가 노래하는 정원 딸린 집을 갖고 싶었어요. 어린 감이 다닥다닥 꽃처럼 열린 오래된 감나무가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싶었죠. 정원 있는 집은 시인에게 사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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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 사진

저구마을 어떤 아침 19, 버스를 타고서,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19, 버스를 타고서 이진우 - 먼 섬까지 바다가 푸르게 보이고 햇살이 눈부신 아침, 마을이 대청소로 분주해요. 한두 달에 한번꼴로 해변과 마을을 온 마을 사람들이 청소를 해요. 사람들 소리, 예초기 소리, 청소하러 나오라고 재촉하는 이장 방송소리로 마을이 들썩거립니다. 오늘은 오래 버스를 타기로 한 날이에요. 타야할 버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몸이 바빠요. 버스에 앉아 편지를 마저 쓸게요. 이어쓴 글 —- 바닷가에 사는 사람에게 내륙을 지나는 일은 여러모로 신기하지만 크고 작은 산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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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리꽃 사진

저구마을 어떤 아침 18, 변화로의 여행,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18, 변화로의 여행 이진우  - 기다리고 기다리던 참나리 꽃망울이 밤새 터졌어요. 변화를 앞두고 있던 터라 더욱 반가워요. 물론 변화는 정해져 있는 어떤 때가 아니죠. 몸과 마음의 움직임이 잦아져 습관이 되기 전까진 변화를 느끼기 힘들어요. 참나리꽃이 딱 피어난 지금같이 변화가 드러나보이는 순간,  이미 다가와 있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던 변화에 놀랄 뿐이죠. 오늘 아침 일찍 근심을 떨치려고, 변하고 싶어서 여행을 떠난다는 이에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해 줬어요. 여행하며 맞게 되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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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리 사진

저구마을 어떤 아침 17, 마음 다스리기,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17, 마음 다스리기 이진우 - 장자가 말한 좌망坐忘을 실천하려 애쓰는 중이에요. 세상 잡사를 잊으려는 게 아니라, 벗어나서 잊으려한 잡사를 ‘나’를 버린 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 그렇게 바라보는 나조차 벗어나는 일까지를 좌망이라고 한다지요. 애를 쓸수록 모자란 사람인 걸 알겠어요. 그렇다고 슬퍼하진 않아요. ‘나’에 대한 집착으로 괴로운 순간보다 좌망은 한결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세상의 빛과 먼지를 부드럽게 보여주거든요. 어제와 그제는 괴로운 일이 있어서 마음을 놓쳤어요. 마음을 놓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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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열매 사진

저구마을 어떤 아침 16, 정오의 인사,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16, 정오의 인사 이진우   오늘은 정오에 인사 보내요. 오늘 아침은 이미 지나가 다시 마주칠 일이 없게 되었죠. 보거나 겪지 못했다고 아침이 나를, 세상을 건너뛴 게 아니지만요. 아침에게 미안하고 나에게 부끄러워요. 정오는 해를 따라 움직이는 꽃들이 하늘을 향해 속삭일 수 있는 때고 바다가 제 몸을 하늘로 날리기 좋은 때면서 배부른 새들이 둥지에서 잠깐 쉬는 때이기도 해요. 또 햇살이 정수리를 과녁삼아 날아오는 때라서 몸 그림자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줄어들어요. 내가 사라지고 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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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 사진

저구마을 어떤 아침 15, 월요병 —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15, 월요병 이진우 늦게 잠들어 늦게 일어났어요. 도시로 가는 첫 시외버스는 떠난 지 꽤 되었죠. 하늘이 창백해 보여요. 바람도 없고,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도 보이지 않아요. 뜰에 사는 새들도 출근해 버렸는지 세상이 멈춘 듯 적막한 아침이에요. 왜 이러지 하면서 달력을 보니 월요일이군요. 어촌에서 산 지 20년 정도됐지만,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 시골에서도 월요일 늦잠은 죄책감을 불러와요. 도시 직장 생활할 때 겪은 월요일에 대한 긴장감이 골수에 박혀 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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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새 사진

저구마을 어떤 아침 14, 사랑을 포기하지 말아요, 이진우 시인

어떤 아침 14, 사랑을 포기하지 말아요 이진우   밤새 비가 그쳤지만 휘~ 휘~ 휘파람새 구슬피 울어요. 휘파람새가 짝을 찾을 때까지 며칠 함께 마음앓이를 하게 될 거에요.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이 슬픈 사랑노래에서 헤어나질 못해요. 간혹 새벽에 깨어 바람 사이를 잘 돌아다니는 이 소리를 듣게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부산을 떨어요. 이루지 못한 사랑, 이룰 수 없던 사랑, 잃은 사랑, 보낸 사랑, 외사랑, 짝사랑에 괴롭던 날들을 소리나게 설거지해요. 그런다고 마음에 숨어사는 슬픈 사랑을 떨칠 순 없지만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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