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푸른 구슬 | 이진우 혼자 구슬치기 하던 아이가 점심 먹으러 가며 두고 간 구슬 놀던 그대로 두고 간 구슬 바람에 흔들리면서 키득거리면서 아이를 기다리는 구슬 중에 아주 작고 푸른 구슬 하나 안에 대한민국 경상남도 거제시 남부면 저구마을 124번째로 굴러들어온 집 안에 사는 아이가 점심을 먹고 찾으러 나간 구슬 중에 아주 작고 푸른 구슬 하나
나에게 나를 가르치다 | 이진우 오늘도 일어났구나 말가니 씻은 얼굴을 보고 있구나 하루를 그려보고 있구나 밥을 먹고 있구나 맛있게 나를 먹고 있구나 걷고 앉고 말하고 있구나 보고 배우고 익히고 있구나 마음이 흔들릴 때 깊이 숨을 들이 쉬고 있구나 내쉬고 있구나 나를 보고 있구나 남처럼, 남의 일인 양 하루를 살고 자리에 들어 있구나 오늘 하루는 어떠하였는지 나에게 묻고 있구나 대답하고 있구나 눈을 감는구나 잠이 드는구나 별이 총총 빛나는 밤에
별처럼 빛나는 인생 | 이진우 깊은 밤, 카시오페아를 찾아 논둑을 거닐다가 별똥별을 보았다 저 별이 떨어지면 한 생명이 태어나는가 아니면 한 생명이 져서 별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일까 은하에 천억개의 별이 빛나고 온 우주에 은하가 천억개 있다니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얘기, 틀리지 않나 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별에서 와서 빛나는 마음에 별 하나씩 품고 살다가 별로 돌아가는 게 인생이라면 근사하지 않은가 살아도 별, 죽어도 별이라면 행복하지 않은가